겨울왕국 소설 Polar Nights 리뷰




Polar Nights 표지

얼마 전에(2022년 7월 19일) 새로운 겨울왕국 장편소설 한 권이 출시됐다. 제목은 Frozen Polar Nights: Cast into Darkness 다. Polar Nights라는 것은 한국어로는 ‘극야’로, 극지방에서 12월 경에 밤이 굉장히 길게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작중 아렌델은 북반구 쪽에 치우져있고 따라서 극야 현상이 관측된다. 아렌델에서는 이 기간을 축하하기 위한 의미로 아렌델에서는 극야 축제 (Polar Nights Festival)를 열게 되는데,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 기간 동안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분량은 대충 300페이지 정도의 책으로 아쉽게도 공식적으로 한글 번역은 되지 않았다. 영어 수준은 고등학생 정도 수준이 되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매는 국내 서점 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할 수 있는데 대략 2만 원 정도의 가격인 것 같다.

평가

점수 : ★ ☆ ☆ ☆ ☆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볼륨이 되는 소설은 Shadow of Forest, Dangerous Secrets 이후 3번째 소설인데, 앞선 2개의 작품에 비하면 훨씬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전반적인 플롯 자체가 문제가 많다고 생각되는데, 등장인물, 사건, 배경 등의 요소가 모두 나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형태였다. 어떠한 점이 문제이고 내가 기대했던 것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앞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줄거리

우선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해보자.

아렌델의 여왕이 된 후 처음 맞이하는 극야 (Polar nights) 축제 준비에 한창이던 안나는 잠시 짬을 내 마법에서 엘사, 크리스토프, 올라프와 캠핑을 보내게 된다. 이날 밤, 크리스토프가 드라우그 (Draugr)라는 괴물에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옛날 어떤 왕국에 시셀(Sissel)과 잉거(Inger)라는 이름의 두 공주 자매가 살았는데, 언니 시셀을 질투한 잉거가 언니를 강에서 밀어버렸고, 그것에 원한이 맺힌 시셀이 드라우그 라는 괴물이 되어 원한을 갚기 위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 괴물이 부활하여 아렌델에 나타났고 그로 인해 아렌델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다. 우리 주인공 엘사와 안나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결국에 어찌어찌 고생을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기대하는것

솔직하게 말해보자.

겨울왕국 2가 개봉한지도 어느덧 3년째를 향해가는 이 시점에, 이 소설을 사서 읽을 정도로 겨울왕국 시리즈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독자가 소설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당연히 엘사안나의 이야기이다. 정령이 된 엘사가 어떠한 식으로 마법을 보여줄지, 공주에서 새롭게 여왕이 된 안나가 여왕으로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싶어 한다. 특히나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강조되었던 자매애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엘사와 안나가 서로에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고 도움을 받는지,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거다. 특히나 겨울왕국 2편 이후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 궁금해할 것이다.

엘사

그렇다면 이 소설은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는가? 전혀 아니라고 본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가 하는 역할은 0에 가깝다고 본다. 안나는 그 정도가 심각한데, 우선 엘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엘사는 겨울왕국 1편을 통해 숨겨왔던 마법을 받아들였고, 2편에서는 더욱 강해진 마법을 바탕으로 정령이 된다. 엘사의 아이덴티티는 얼음, 눈의 마법이고 그것을 어떻게든 활용해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엘사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이야기에서 엘사의 역할은 0에 가깝다. 엘사의 마법이라고 하면 크게 얼음을 다루는 능력, 그리고 2편에서 등장한 기억을 보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능력들이 작중에서는 거의 쓸모없게 묘사된다.

우선 물을 통해 기억을 보는 능력을 따져보자. 이 책에서 드라우그라는 괴물에 관한 문제를 풀기 위해 엘사가 한 일이라고는 영화 중 잠깐 언급됐던 ‘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라는 능력을 활용해 과거의 일어났던 일을 잠깐 엿보고 그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의 정보제공을 한 것뿐이다. 더욱이 그 능력조차 결국은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와 현재의 물줄기가 달라지는 바람에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잉거의 목걸이를 통해 어느 정도 과거를 엿보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 조차 실패하고 결국에는 드라우그가 자력으로 보여줘서 과거를 엿볼 수 있게 된다.

대체 왜 이런 식으로 묘사한 걸까? 차라리 물을 통해 과거를 보는 능력을 넣을 거면 완전히 넣던가 아니면 빼던가 하지 ‘물줄기가 예전하고 달라져서 이 능력을 쓸 수 없어.‘라는 설정은 왜 넣은 거지? 아무리 봐도 쓸데없는 설정 같다.

이번에는 엘사의 얼음 마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작품에서는 엘사의 마법들조차 드라우그에게 막혀서 거의 도움이 안 된다. 드라우그는 엘사의 마법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서, 엘사가 마법을 쓰면 쓸수록 자신의 마법적 능력이 고갈되고 결국 드라우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묘사된다. 아니, 겨울왕국 2편에서 4 정령들을 때려잡고 프로즌 세계관의 핵심인 아토할란까지 들락날락한 인물조차 상대 못하는 괴물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드라우그는 심지어 아토할란 내부까지 영향을 끼쳐 엘사가 과거의 기억을 보는 것을 방해까지 한다. 아토할란 내부는 겨울왕국 세계관의 정수가 담겨있는 마법의 근원인데, 그것조차 능가하는 괴물의 능력? 솔직히 이 설정이 나오는 부분쯤 가서 책을 던지려고 했지만 그냥 참고 읽었다.

안나

그래도 안나에 비하면 엘사는 그나마 활약상이 있는 편이다. 까놓고 말해서 이 소설에서 안나의 비중은 0이다. 사실, 안나를 소설 전체에서 삭제시키더라도 사건의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겨울왕국 1편처럼 7월 한겨울에 북쪽산으로 언니를 찾아 혼자 떠났던 모습이나, 겨울왕국 2편에서 홀로 바위 거인을 향해 용기 있게 달려갔던 안나의 모습의 모습들은 이 소설에서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이해가 안 가는 게, 엘사의 마법을 너프 하기 위해 드라우그에게 엘사를 카운터 치는 능력을 줬으면, 그에 비례해서 안나가 어느 정도 활약할 요지는 어느 정도 만들어 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엘사에게 정령으로서 받은 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주었다면 안나도 여왕으로서 어느 정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런 서술이 0에 가깝다.

오히려 안나의 경우는 연인 크리스토프가 기억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감정선의 묘사가 엘사보다는 더 뚜렷하게 묘사되는 편이다. 차라리 그러한 감정선에 더욱 집중을 해서 심리나 내면, 이런 것을 조금 더 깊게 묘사를 하던가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어서 안나라는 인물이 소설 속에서 이도 저도 아니게 돼버린 것 같다. 대체 안나에게 왜 이렇게 공기처럼 처리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인물 간의 관계

이 책을 읽을 정도의 겨울왕국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엘사와 안나가 서로에게 정말로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문제는,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그 사실을 독자들에게 강요한다는 거다. 책을 읽다 보면 엘사가 안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나가 엘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끊임없이 언급된다.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지만 이 책은 계속해서 그 사실을 강조한다. 아니, 이 책을 읽을 정도의 독자라면 누구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왜 계속해서 강조하는 걸까?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정말로 잘못된 서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겨울왕국 1편과 2편을 통해 두 인물의 자매애에 대하여 많은 경험을 했다. 겨울왕국 1편에서는 안나의 죽음, 겨울왕국 2편에서는 엘사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을 통해 두 사람의 자매애가 얼마나 강하게 연결돼있는지 볼 수 있었다. 물론 겨울왕국 시리즈를 지탱하는 큰 뿌리 중 하나가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이긴 하지만, 각 인물들이 성장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이 시점에서 오직 두 사람의 자매애에만 기대 사건을 전개하는 방식은 진부함을 줄 뿐이다.

배경 설정

2편이 나온 시점에서 겨울왕국 팬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 엘사가 아토할란에서 하는 것?
  • 두 자매는 얼마나 자주 만날까?
  • 정령들과 아렌델의 관계?
  • 여왕이 된 안나의 생활?

소설 중간에 이런 내용이 살짝 묘사돼있기는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정도 수준으로 언급만 될 뿐이지 그다지 자세히는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뭔가 떡밥을 뿌리는 요소들, 예를 들어 엘사의 생일 준비라던가 아렌델 성의 비밀통로 같은 것들이 언급은 되는데 딱히 자세한 묘사가 되어 잇지는 않다. 아쉬운 부분이다. 오히려 저런 묘사들은 겨울왕국 동화책 시리즈에서 훨씬 더 자세하고 재밌게 언급되는 편이다.

개연성

또한 밑도 끝도 없는 우연에 전개가 너무 심한 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1. 우연히 불어난 동생 잉거가 물에 빠져 죽는다.
  2. 우연히 들른 오큰의 상점에서 사건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3. 우연히 마을 사람에게 시셀에 대해 알려줄 때 바닷속에서 드라우그가 마을로 습격해온다.
  4.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자매 덕택에 사건이 해결된다.

이런 식이다.

대체 이 이야기에서 엘사와 안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 분명히 이 책의 주제의식은 겨울왕국 2편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과거를 되돌려놓는 것’이다. 겨울왕국 2편에서는 두 주인공이 각자의 역할과 행동을 하며 저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대체 주인공들이 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드라우그라는 괴물은 자신의 동생 잉거에 관해 잘못 알려진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행동을 한다. 엘사와 안나는 이때, ‘사람들의 진실을 알려주면 드라우그가 사라질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둘은 사람들이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다행히 엘사와 안나가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 사람들에게 알려주게 된다. 문제는, 드라우그는 이 행동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다. 즉, 과거의 사실을 바로 잡아도 드라우그를 없애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드라우그가 사라지는 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우연히 마을로 쳐들어온 드라우그가 동생 잉거와 만났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엘사와 안나가 무슨 역할을 헀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잉거를 마을로 데려온 것은 엘사와 안나지만 그것이 직접 드라우그를 없애는 요인이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한 어이없는 것 중 하나는 마지막 부분에 드라우그가 바다를 통해 마을로 침략해오는 장면이다. 분명히 작중 드라우그는 물을 무서워한다고 언급이 된다. 그런데 대체 물을 무서워하는 드라우그가 어떻게 바다에서 출현할 수가 있는 거지? 작가 자신이 드라우그에게 그러한 설정을 묘사해놓고 바다에서 갑자기 출현한다는 묘사는 대체 왜 넣은 걸까? 자기 스스로도 자신이 뭘 쓰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또한, 문제점 중에 하나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엘사-안나의 자매 이야기를 시샐-잉거의 자매 이야기와 매칭 시키려 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솔직히 좀 억지스러워 보인다. 책에서는 두 자매들이 서로 닮은 점이 많고, 그런 공통점에 기반해서 여러 가지 감정이나 사건을 진행시키는데 솔직히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강했다.

배경 묘사

겨울왕국 2 이후의 묘사나 배경 설정들이 간략하게 언급되는데, 대부분 수박 겉핥기식으로 언급만 하고 넘어간다. 아니, 오히려 일부러 언급을 하지 않고 피해 가는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어서 왜 안나나 다른 인물들은 아토할란에 갈 수 없는지 같은 설정은 굉장히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 사실 이 부분은 이해 가능한 게 아무래도 디즈니 측에서 이런 종류가 세계관의 설정에는 개입을 하지 못하게 막은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초반부에 의도적으로 노덜드라나 아니면 다른 인물들을 제거하는 것도 그런 종류의 장치로 보인다.

또한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choco-versary라는 설정은 대체 왜 넣은 건지 모르겠다. 6번째 초코 기념일? 아니, 보통 기념일이라는 건 매년 열리는, 어떤 행사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 작중 시점으로 안 나와 크리스토프가 만난 지는 3년밖에 안됐는데 대체 6주년 기념일 (또는 6번째 기념일)이라는 설정은 왜 넣은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아마 초콜릿을 좋아하는 안나의 설정을 반영해서 매 분기, 또는 비 정기적으로 하는 초콜릿 파티? 같은걸 의도한 것 같은데 뭐 밑도 끝도 없는 숫자가 나오니까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스케일

이 모든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드라우그의 스케일이 너무나도 크다는데서 출발한다. 겨울왕국 2 난파선의 지도와 VR 작품인 Myth: Frozen Tale을 생각해 볼 때, 자연의 4 정령이 세계관에서 거의 최상단에 위치하는 마법적 존재라는 것은 명확하다. 엘사도 5번째 정령으로서 그에 비슷한 위치이기도 하고. 하지만 작중 묘사로는 드라우그라는 괴물은 이 모든 정령들과 마법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한다. 엘사의 마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고, 완력도 엄청나며 아렌델 전 국가적으로 기상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고 트롤들의 전유물인 기억 관련 마법에다가 아토할란까지 힘을 뻗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된다. 개인적으로 겨울왕국 세계관에서 고작 괴물 한 마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의 마법과 능력, 게다가 엘사와 정령들을 뛰어넘는 위력을 가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총평

겨울왕국 2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Frozen Polar Nights:Cast into Darkness 소설은 과연 2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해하는 팬들에게 흥미가 생길만한 책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무력함, 잘못된 세계관 설정, 억지스러운 개연성들의 연출 등으로 판단하건대 결코 잘 쓰인 소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 책이 겨울왕국 시리즈가 아니라 일반 소설로 등장했으면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봤을까? 아마 중간쯤에서 덮었을 것이다. 뭐, 단점만 나열해서 그렇지만 그냥 중간중간 묘사되는 엘사와 안나의 꽁냥꽁냥 하는 모습이라던가 하는 걸 보는 것이 나름대로 재밌는 일이긴 하지만 그 외의 점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